지방 소멸 위기

지방 소멸을 막을 수 있을까? 경남 합천군 청년 정책의 가능성과 한계

blogfic 2025. 6. 27. 09:39

지방소멸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청년'은 단순한 연령대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그들은 미래 세대의 중심이며, 지역이 살아남기 위한 가장 핵심적인 인구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경상남도 합천군은 대표적인 지방소멸 고위험 지역 중 하나로,
불과 20년 전만 해도 10만 명을 넘었던 인구가 2025년 현재 약 4만 1천 명 수준까지 줄어들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극심한 감소를 겪은 연령대는 바로 20~40대의 청년층입니다.
이에 따라 합천군은 2020년대 초반부터 청년 정착 지원, 청년 창업 보조금, 주거 지원, 귀농·귀촌 연계사업
다양한 청년 유입 정책을 시도하며 인구 반등의 전환점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실제로 청년들은 합천으로 돌아오고 있을까요?
그리고 이러한 정책은 지방소멸을 늦추거나 막는 데에 효과가 있었을까요?
이 글에서는 합천군의 청년 유입 전략의 실제 내용을 살펴보고,
그 성과와 한계, 앞으로의 가능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분석해보겠습니다.

 

경남 합천군의 청년 정책으로 지방 소멸을 막을 수 있나?

 

청년 인구 감소의 구조, 합천은 왜 위험한가요?

합천군은 지리적으로 경상남도 내륙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으며,
부산, 창원, 대구 등 대도시권과는 1시간 이상의 거리를 두고 있는 중소 군 단위 지역입니다.
과거에는 농업과 교육, 지역 시장 중심의 상권이 유지되며 일정 수준의 경제 자립이 가능했지만,
도시화와 산업 집중이 급격하게 이루어진 2000년대 이후 청년층의 이탈은 사실상 멈추지 않았습니다.


특히 2020년 기준으로 합천군 내 20~39세 인구는 전체의 11% 이하로 줄어들며,
출산율, 유소년 인구 비율, 결혼율 등 모든 지표에서 전국 평균보다 훨씬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역 내에 대기업이 없고, 제조업 기반도 취약한 탓에 청년층이 직업 선택에서 지역에 머무를 이유가 거의 없는 구조입니다.
결국 합천은 고령화, 인구 유출, 경제 침체, 청년 부재라는 네 가지 악순환이 한꺼번에 작동하는 지역이 되었습니다.
이런 배경 속에서 합천군은 ‘청년 정책’을 지방소멸 대응의 핵심 축으로 삼기 시작했습니다.

 

합천군의 청년 정책, 무엇을 시도했을까요?

합천군은 2020년 이후 ‘청년이 살고 싶은 도시, 청년이 돌아오는 농촌’을 슬로건으로 다양한 청년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정책은 청년 월세 지원 사업입니다.
합천으로 전입한 만 19세~39세 청년에게 매달 최대 20만 원의 주거비를 지원하며,
최장 1년간 거주 안정성을 보장하는 제도입니다.


또한 청년 농업인 영농정착지원금을 통해, 귀농한 청년에게 월 최대 100만 원의 생활비를 3년간 지원하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청년 창업 공간 무상 제공, 1인 크리에이터 교육, 온라인 판매 연계 시스템 구축
청년이 지역에서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 마련에도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정책은 '청년네트워크 합천청춘'이라는 청년 커뮤니티 조직을 만들어,
실제 정책 기획 과정에 청년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마을 축제, 로컬 마켓, 공방 등을 청년이 직접 기획하게 한 점입니다.
이러한 시도는 단순 지원금을 넘어서, 청년을 ‘정책 수혜자’가 아닌 ‘정책 주체’로 세우려는 접근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착률은 왜 낮을까요?

 

정책은 매력적이지만, 여전히 합천에 정착하는 청년은 많지 않습니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청년 유입 정책을 통해 합천에 전입한 청년은 약 300여 명이지만,
그중 실제로 2년 이상 거주하고 있는 비율은 30% 이하로 추정됩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 번째는 일자리 미스매치입니다.
지원금이 있다고 해도 지역 내에서 본인의 전공, 경험, 관심사에 맞는 일을 찾지 못하면
결국 다시 도시로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두 번째는 생활 인프라 부족입니다.
영화관, 쇼핑몰, 도서관, 동년배 커뮤니티가 부족하고, 대중교통 연결도 불편한 상황에서
청년층은 삶의 만족도가 떨어진다고 느끼게 됩니다.
세 번째는 정책의 단기성입니다.
지원이 1~2년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 종료 후 장기적으로 어떻게 이어질지에 대한 설계가 부족한 경우도 많습니다.
따라서 "들어오는 건 가능하지만, 머무는 건 어렵다"는 구조가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셈입니다.
청년 유입은 성공의 시작일 뿐, 정착률과 재정착률을 높이지 않으면 지방소멸은 막을 수 없습니다.

 

합천의 실험, 지방소멸 대응 모델이 될 수 있을까요?

 

합천군의 청년 정책은 실패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청년과 함께 정책을 기획하고, 단순히 돈을 주는 것을 넘어 지역 안에서의 역할을 부여하려는 시도
여타 군 단위 지자체에 비해 진일보한 접근이라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구조적 해법이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추가 조건이 필요합니다.
첫째, 청년을 위한 직업·창업 생태계를 지속 가능하게 설계해야 하며,
둘째, 정주 여건 전반(주거, 교통, 문화, 의료 등)을 하나의 패키지로 재구성해야 합니다.
셋째, 현재 머무르고 있는 청년들이 다음 세대의 청년을 부를 수 있는 ‘지역 내 확산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합천군이 가진 역사적 자산, 자연환경, 로컬 브랜드 요소들을
청년의 창의성과 결합해 새로운 지역 산업 모델로 발전시킨다면
합천은 단순한 ‘소멸 위기 지역’에서 ‘청년 귀촌 성공 모델’로 전환될 가능성을 가진 지역입니다.
정책은 시작일 뿐입니다.
합천이 보여주는 청년 정책의 실험은 대한민국의 다른 많은 군 단위 지자체가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어떤 방향을 향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중요한 시금석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