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소멸 위기

지방소멸은 왜 지역마다 다르게 나타나는가? – 출생률과 고령화 속도의 결정적 차이

blogfic 2025. 6. 24. 23:49

출생률이 낮아지고 고령 인구가 늘어난다는 이야기는 이제 누구에게나 익숙하다.
하지만 이 현상이 모든 지역에서 똑같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 안에서도 어떤 도시는 출산율이 0.6 이하로 떨어졌고, 어떤 지역은 아직 0.9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어떤 군 지역은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이 50%를 넘어섰다.
심지어 같은 도 내에서도 시와 군, 농촌과 중소도시, 산업단지가 있는 곳과 없는 곳 사이에 고령화 속도와 출생률에서 극단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그렇다면 왜 이런 지역 차이가 생기는 걸까? 단순히 인구 수가 적기 때문일까? 아니면 지역 내 생활환경, 산업 구조, 문화적 인식이 영향을 미치는 걸까?
이 글에서는 출생률과 고령화 속도에 영향을 주는 지역 간 차이의 구조적 요인 4가지를 중심으로 그 원인을 분석해본다.
 
 

지방소멸이 지역마다 다른 이유

 

산업 구조와 일자리 유무가 출산율에 미치는 영향

 
지역의 출산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젊은 인구가 머물 수 있느냐이다.
특히 20~39세 인구가 많고 안정적인 일자리가 있는 지역은 출산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예를 들어, 울산이나 세종시는 타 지역에 비해 합계출산율이 높은 편이다. 이는 두 지역 모두 산업 기반(조선, 공공기관) 또는 행정 기반이 강하고, 청년층 정주율이 높기 때문이다.
반면 농촌이나 고용 없는 군 단위 지역에서는 젊은 세대가 진입할 유인이 적고, 남아 있던 인구도 도시로 빠져나간다.
이러한 지역은 30대 초반 여성 인구 비율 자체가 낮기 때문에 출산율을 높이고 싶어도 ‘아이를 낳을 사람’이 없는 구조다.
결국 산업 기반이 지역 내에 존재하느냐의 여부가 청년 유입 → 결혼 → 출산으로 이어지는 인구 선순환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출산 정책만 강화한다고 해서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기초적인 경제 기반이 부족한 지방에는 출산 이전 단계에서 이미 인구가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교육, 의료, 육아 인프라가 출산과 정주에 미치는 영향

 
지역 간 출산율 차이는 단순히 일자리 유무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많은 지방 도시에서는 산부인과가 아예 없거나, 아이를 낳기 위해 1시간 이상을 이동해야 하는 구조가 여전히 존재한다.
경북 봉화군, 전남 진도군 등 일부 지역은 10년 넘게 분만 가능한 병원이 단 한 곳도 없어 ‘출산 공백지대’로 불린다.
또한 어린이집 부족, 국공립 유치원 부재, 지역 아동 돌봄 서비스 부실은 젊은 부모에게 심리적·물리적 부담을 준다.
이러한 지역에서는 출산 자체를 기피하거나, 아이를 낳은 후 더 나은 환경을 찾아 도시로 이동하는 현상이 빈번하게 나타난다.
또 하나 중요한 요소는 교육 인프라다.
초등학교가 통폐합되고, 학원이나 방과후 교실이 없는 지역은 ‘자녀 교육’을 우선순위에 두는 가정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지 못한다.
결국 지역 내 출산·육아·교육 인프라의 질적 수준과 접근성이 낮으면, 단기적인 출산 장려금만으로는 청년층의 출산 결정을 유도할 수 없다.

 

고령화 속도는 단지 ‘노인 수’가 아니라 ‘청년 유출’ 때문이다

 
고령화는 단순히 노인이 많아져서 생기는 현상이 아니다.
많은 지역이 빠르게 고령화되는 진짜 이유는 노인 인구는 그대로인데, 젊은 인구가 빠져나가면서 인구 구조가 왜곡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농촌 지역에서는 7080대가 여전히 마을을 지키고 있지만, 2040대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특히 강원 영월, 전남 고흥, 경북 의성 같은 지역은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이 45%를 넘는다.
이는 고령 인구가 늘어나서라기보다는,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가 사라졌기 때문에 고령화 지수가 급격하게 올라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고령화가 심화될수록 복지 인프라에 대한 수요는 급증하지만, 이를 감당할 행정력과 예산, 노동 인력은 동시에 줄어든다는 점이다.
이런 지역은 의료 서비스 접근이 떨어지고, 치매 돌봄이나 응급 대응도 어려워지며 도시 기능 자체가 무너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따라서 고령화 문제는 단순한 ‘노인 증가’가 아니라 ‘청년의 유출과 정주 실패’라는 구조적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문화적 인식과 삶의 방식이 출산율과 고령화에 미치는 영향

 
출산율과 고령화 속도는 ‘문화’라는 요소와도 깊게 연결되어 있다.
같은 조건에서도 어떤 지역은 아이를 낳는 비율이 높고, 어떤 지역은 극도로 낮은 이유는 지역사회가 출산과 육아를 어떻게 바라보는지와도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공동체 중심으로 육아를 함께 지원하는 분위기가 있는 지역은 출산율이 더 높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반면, 개인에게 모든 부담이 전가되거나 ‘여성의 출산’만 강조되는 전통적 성 역할이 강한 지역일수록, 젊은 세대는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고령화 측면에서도, 고령자들이 지역 사회에 어떻게 참여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노인 일자리 사업이 활발하고, 지역 문화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된 지역은 고령화의 속도보다 삶의 질과 연결된 고령 사회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수치만으로 지방의 출산율과 고령화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삶의 방식, 가치관, 공동체 문화가 자연스럽게 인구 구조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이해하고, 지역별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